교사들이여! '학원식 수업의 달인'으로 거듭나라?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0.27 11:20
10대 여성, 대구지역 인기기사
[[오마이뉴스 김대오 기자]
▲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네이스(NEI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4일 '교원평가'를 2010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원평가의 전 단계로, 학생과 학부모를 배제하고 동료교사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시행 계획을 각급 학교에 시달하고 시행 중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네이스(NEIS) 마이페이지에도 이미 다면평가 카테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일부 부적절 교사의 퇴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교원평가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대체로 찬성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무한경쟁이 강요되는 세태 속에서 교사만 철밥통 붙들고 무풍지대에 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을 일제고사와 끊임없는 경쟁으로 내모는 '줄 세우기'를 막아내지 못한 부메랑이 교원평가로 돌아오고 있다는 자성적 비판도 있다.
학교 현장... '올 것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
▲ 학교현장에 닥친 교원평가의 전단계인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체념에 가깝다. 칸칸이 벽으로 막힌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특정교사에 대해 동료교사가 어떻게 학습지도 상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계량화해 평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영화 < 울학교 이티 > 의 한 장면.
ⓒ ㈜커리지필름
이미 학교 현장에 닥친 교원평가의 전 단계인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체념에 가깝다. 그러나 막상 교육청에서 시달된 평가도구를 살펴보면 교원평가의 목적이 과연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실현될 수 있을까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다면평가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전교직원에 대한 1년 단위의 수업과 업무성과를 A 30%, B 40%, C 20%, D 10%의 비율로 상대평가하고, 여기에 기존에 시행해오던 학교장의 교사근무성정평정(근평)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관리자 중심의 근평에서 동료교사가 참가하기 때문에 더 다원화된 보완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평가단 구성 단계부터 학교장의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칸칸이 벽으로 막힌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특정교사에 대해 동료교사가 어떻게 학습지도 상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계량화해 평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다면평가의 평가요소는 교육자로서 품성, 공직자로서 자세, 학습지도 능력, 생활지도 능력, 교육연구 실적 및 담당업무 능력 등 5가지로 나눠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을 맞으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교육자로서 품성 요소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이래야 한다. 교원의 사명과 직무에 대한 책임과 긍지를 지녀야 하고, 교원으로서 청렴한 생활태도와 예의를 갖추어야 하고, 학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에 헌신해야 하며, 학부모 학생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어야 한다.
모호하고 계량화되기 어려운 이 항목들을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터인데 게다가 그 평가는 상대평가여야 한다니 교사의 품성, 아니 인간의 품성이 어떻게 상대평가 될 수 있다는 말인지 참 어처구니없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평가 조항이 애매할수록 교장 교감과 순응적 주종관계에 줄 선 교사에게, 승진을 해야 하는 교사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정실평가가 개입할 소지가 많다. 지금까지 교사는 아무런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년 연말이 되면 학교장은 교사에게 근평 점수를 부여한다.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승진과 전보발령 인사이동에 유리하도록 최대한 배려해주는 점수 나누기에 다름 아니었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하기 힘든 현재의 다면평가로는 앞서 시행된 승진을 목표로 하는 교사에게만 유의미한 근평제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교사들이여! 학원식 수업의 달인으로 거듭나라?
▲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원평가는 그야말로 '줄 세우기'의 달인이 된 사람들이 이제는 인간성마저, 백년지대계인 교육마저 1년의 성과로 계량화해서 줄을 세우겠다는 지독하게 놀라운 발상이다. 동시에 성숙한 교육을 실현하지 못한 교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지점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서글픈 것은 같은 교과의 동료교사가 평가의 저울대 맞은편에 놓이는 경쟁자가 되는 현실에서 팀티칭이니 합동연구는 이제 다 물 건너갔다는 것이고, 이제 학원강사처럼 자신만의 비법을 혼자 연마해 아무에게도 그것을 알려주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 서글픈 것은 인기와 영합해야 하고 무조건 입시 위주인 학원식 수업의 달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살벌한 자리에서 인성교육이니 참교육이니 하는 말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성마저 상대평가 당하면서 줄 세워짐과 억압을 내면화한 교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우리의 학생들에게 강요할 것이고, 결국 교육현장은 경쟁, 평가, 줄 세우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불량교사 솎아내려다 학교교육을 경쟁의 불구덩이에 던져 넣어 홀랑 타 태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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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0.27 11:20
10대 여성, 대구지역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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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네이스(NEI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4일 '교원평가'를 2010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원평가의 전 단계로, 학생과 학부모를 배제하고 동료교사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시행 계획을 각급 학교에 시달하고 시행 중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네이스(NEIS) 마이페이지에도 이미 다면평가 카테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일부 부적절 교사의 퇴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교원평가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대체로 찬성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무한경쟁이 강요되는 세태 속에서 교사만 철밥통 붙들고 무풍지대에 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을 일제고사와 끊임없는 경쟁으로 내모는 '줄 세우기'를 막아내지 못한 부메랑이 교원평가로 돌아오고 있다는 자성적 비판도 있다.
학교 현장... '올 것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
▲ 학교현장에 닥친 교원평가의 전단계인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체념에 가깝다. 칸칸이 벽으로 막힌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특정교사에 대해 동료교사가 어떻게 학습지도 상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계량화해 평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영화 < 울학교 이티 > 의 한 장면.
ⓒ ㈜커리지필름
이미 학교 현장에 닥친 교원평가의 전 단계인 다면평가에 대한 교사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체념에 가깝다. 그러나 막상 교육청에서 시달된 평가도구를 살펴보면 교원평가의 목적이 과연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게 실현될 수 있을까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다면평가는 3인 이상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전교직원에 대한 1년 단위의 수업과 업무성과를 A 30%, B 40%, C 20%, D 10%의 비율로 상대평가하고, 여기에 기존에 시행해오던 학교장의 교사근무성정평정(근평)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관리자 중심의 근평에서 동료교사가 참가하기 때문에 더 다원화된 보완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평가단 구성 단계부터 학교장의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칸칸이 벽으로 막힌 교실에서 혼자 수업하는 특정교사에 대해 동료교사가 어떻게 학습지도 상황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계량화해 평정할 수 있을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다면평가의 평가요소는 교육자로서 품성, 공직자로서 자세, 학습지도 능력, 생활지도 능력, 교육연구 실적 및 담당업무 능력 등 5가지로 나눠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처럼 '10점 만점에 10점'을 맞으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교육자로서 품성 요소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이래야 한다. 교원의 사명과 직무에 대한 책임과 긍지를 지녀야 하고, 교원으로서 청렴한 생활태도와 예의를 갖추어야 하고, 학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교육에 헌신해야 하며, 학부모 학생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어야 한다.
모호하고 계량화되기 어려운 이 항목들을 점수로 평가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일 터인데 게다가 그 평가는 상대평가여야 한다니 교사의 품성, 아니 인간의 품성이 어떻게 상대평가 될 수 있다는 말인지 참 어처구니없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평가 조항이 애매할수록 교장 교감과 순응적 주종관계에 줄 선 교사에게, 승진을 해야 하는 교사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정실평가가 개입할 소지가 많다. 지금까지 교사는 아무런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년 연말이 되면 학교장은 교사에게 근평 점수를 부여한다.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승진과 전보발령 인사이동에 유리하도록 최대한 배려해주는 점수 나누기에 다름 아니었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담보하기 힘든 현재의 다면평가로는 앞서 시행된 승진을 목표로 하는 교사에게만 유의미한 근평제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교사들이여! 학원식 수업의 달인으로 거듭나라?
▲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교원평가는 그야말로 '줄 세우기'의 달인이 된 사람들이 이제는 인간성마저, 백년지대계인 교육마저 1년의 성과로 계량화해서 줄을 세우겠다는 지독하게 놀라운 발상이다. 동시에 성숙한 교육을 실현하지 못한 교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지점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서글픈 것은 같은 교과의 동료교사가 평가의 저울대 맞은편에 놓이는 경쟁자가 되는 현실에서 팀티칭이니 합동연구는 이제 다 물 건너갔다는 것이고, 이제 학원강사처럼 자신만의 비법을 혼자 연마해 아무에게도 그것을 알려주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더 서글픈 것은 인기와 영합해야 하고 무조건 입시 위주인 학원식 수업의 달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살벌한 자리에서 인성교육이니 참교육이니 하는 말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성마저 상대평가 당하면서 줄 세워짐과 억압을 내면화한 교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우리의 학생들에게 강요할 것이고, 결국 교육현장은 경쟁, 평가, 줄 세우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불량교사 솎아내려다 학교교육을 경쟁의 불구덩이에 던져 넣어 홀랑 타 태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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